목록2026/02 (7)
금붕어의 깨진 어항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거리에서 죽기로 했어." 그렇게 2ch에 글을 올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내 글 따윈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 잡다한 잡음 같은 글들 속에 섞인 먼지같은 글이다.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런 걸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기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려 발버둥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중요한 건, 그 세계에 우리를 붙잡아 둘 무언가가 있는지 없는지다. 많고 적음이 아니라, 0이냐 1이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건 모두가 잘 알고 있기에 괴로워하는 거다. 알고 있어도 괴로운 건 괴로운 법이니까. 내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채,..
「넌 상식적인 놈이니까」 치노는 그렇게 말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피다 만 담배가 재떨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귀찮네. 치노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면이 있지. 게다가 취했을 때라면 더욱 그래. 「넌 진지하고, 누구보다도 상식적인 놈이라서,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겠지」 그런 건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몇 번이고 생각한 내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슬슬 돌아갈까 「하지만 말이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가치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잖아. 평범함에서 낙오된 인간에게도,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이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큰일이네. 치노와는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감정이 흔들리는 귀찮은 일도 싫다. 「너에..
이케부쿠로 역 동쪽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물 쇼윈도의 창틀에 나는 걸터앉아 있었다. 한낮의 땡볕 아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땀을 흘리면서도, 나는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에 멘 배낭에는 어제 사무실을 나온 후에 산, 15cm의 식칼이 들어 있다. 여기에 앉아 한 시간 남짓, 나는 눈앞을 지나는 사람을 칼로 찌르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나 해봤다.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일어서서, 등 뒤로 다가간다. 양손으로 칼을 쥐고 찌를까, 한 손으로 내리칠까. 인간의 몸은 단단할까, 부드러울까. 아르바이트 때 자주 들었던 모래포대를 떠올린다. 그 정도일까. 그렇다면 양손에 힘을 꽉 주지 않으면 제대로 박히지도 않겠지. 피는 어떨까. 뿜어져 나올까, 뚝뚝 떨어질까. 찔린 사람은 ..
다카다노바바역을 와세다 출구로 나와, 왼편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지금은 17시쯤일까, 해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학생들이 많은 기분이 든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사람들을 필요 이상으로 피하고 있었다. 바로 뒤에서 들려온 웃음소리가 나를 비웃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순간 식은땀이 쏟아졌다. 아니 정말 그런걸까? 그저 망상인 건 아닐까? 나는 침착하게, 조심스레 뒤에 있는 젊은 남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거봐, 역시 망상이다. 나를 비웃고 있었던 게 아니였어.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사무실이 들어선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지저분해. 벽은 여기저기 움푹 패어 있고, 낙서나 정체불명의 영..
오늘 하치오지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 건데, 살인도 자살도 시작점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이번 같은 묻지마 살인 사건에 한해서는.이번 범인의 동기는 「일이 잘 안풀리고, 부모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인것 같지만, 도망칠 곳이 없어진 인간이 스스로를 원망하느냐, 세상을 원망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 더 나아가 말하자면, 스스로를 믿냐 안믿냐의 차이인 것 같아. 나도 꽤나 형편없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건, 역시 내가 무능하고 결함있는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법일걸. 나는 화장실 창틀에 팔꿈치를 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원룸 방에서는 이 창문이 가장 경치가 좋아. 물론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해도, 뻔한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