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깨진 어항
[맨정신] 5장 번역 본문
「넌 상식적인 놈이니까」
치노는 그렇게 말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피다 만 담배가 재떨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귀찮네. 치노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면이 있지. 게다가 취했을 때라면 더욱 그래.
「넌 진지하고, 누구보다도 상식적인 놈이라서,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겠지」
그런 건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몇 번이고 생각한 내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슬슬 돌아갈까
「하지만 말이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가치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잖아. 평범함에서 낙오된 인간에게도,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이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큰일이네. 치노와는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감정이 흔들리는 귀찮은 일도 싫다.
「너에게는 너만의 입장이 있는 거야. 네가 살아가기 힘든 가치관이라면, 그런 건 버려야지」
치노는 말을 이었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건 쾌락일 뿐이야. 혼자 틀어박혀서 생각에 잠기는 건 좋지 않아」
「닥쳐」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더 이상 화를 내거나 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설교라면 이젠 돌아갈게」
치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속마음을 떠보는 듯했다.
「나도 힘들었어」
그 말에 나는 노골적으로 비웃어 주었다. 치노 같이 사교적이고 요령 좋은 인간, 정상적인 인간에게 만큼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젠 갈게"라고 말하며 일어나 배낭을 집어 들었다.
치노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내뱉듣이 말했다.
「네가 밴드를 그만둔 탓이잖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술집을 나섰다. 죽고 싶다는 말 따윈 내뱉은 적 없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듣고 싶지 않은 한마디였다.
내가 밴드를 그만둔 탓에 다른 멤버들이 자신들의 자리나 보람을 잃었을 거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야 자신이 그런걸. 죄책감은 있었던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나는 치노를 만난걸까.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랐던 걸까. 치노라면 나를 구해줄 거라 기대했던 걸까.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아직 무언가 기대해버리는 자신과, 그걸 치노에게 간파당한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다.
네리마에서 나카무라바시의 집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밤의 센카와 거리는 가로등도 적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마치 거대한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공허했다. 자신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걸을 필요도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딱히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숨을 쉴 필요도 없는 거고,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는 거다.
그래도 내 발은 멋대로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목적지는 아마 나카무라바시도, 더더욱 그 낡은 아파트일 리가 없다.
술집에선 맥주만 마시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배가 고픈 걸 깨달았다.
밥도 먹을 필요도 없긴 하지만, 나카무라바시 역 앞 슈퍼에서 연어회와 맥주 12캔을 샀다.
집에 도착하자, 배낭에서 칼을 꺼내서 회를 얇게 썰어 접시에 담았다. 이런 싸구려 식칼로는 사람을 찌르지도 못했겠네,라고 살이 울퉁불퉁하게 잘린 연어를 보며 생각했다.
평소처럼 화장실 창문을 열고, 팔꿈치를 괴고 싸구려 맥주를 들이켰다. 후덥지근한 바람과 작은 벌레가 방으로 들어왔다. 낮에는 그렇게 맑았는데도 별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기도 아직 터널 속이구나.
팔꿈치 옆에 놓아둔 휴대폰 화면이 켜지길래 확인해 보니, 치노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미안, 너무 심하게 말했다. 나는 네 노래 좋아해」
마치 억지로 지어낸 듯한 사과 메시지에 나는 웃음이 터질 뻔했다. 알고 있다. 치노는 나쁜 녀석이 아니다. 치노는 나를 잘 알고 있고, 나도 치노를 잘 안다.
강변의 작은 보도에 늘어선 가로등 하나가 수명이 다해가는지, 힘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눈 안쪽과 콧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목구멍과 입술이 경련하고,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수천 번째인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나는 울었다.
거봐. 이렇게 되는 게 싫었던 거야.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은데. 말끔히 사라져버리고 싶었는데, 감정은 제멋대로 흔들려 버려.
친구의 한마디에, 이미 포기했어야 할 내일에 대한 기대라든가, 어설픈 희망 같은, 그런 귀찮은 것들에 또 다시 휘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야. 어차피 또 바보 같은 꼴을 당할게 뻔한데.
나는 치노를 만난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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