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깨진 어항
[맨정신] 2장 번역 본문
오늘 하치오지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 건데, 살인도 자살도 시작점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이번 같은 묻지마 살인 사건에 한해서는.
이번 범인의 동기는 「일이 잘 안풀리고, 부모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인것 같지만, 도망칠 곳이 없어진 인간이 스스로를 원망하느냐, 세상을 원망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 더 나아가 말하자면, 스스로를 믿냐 안믿냐의 차이인 것 같아. 나도 꽤나 형편없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건, 역시 내가 무능하고 결함있는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법일걸.
나는 화장실 창틀에 팔꿈치를 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원룸 방에서는 이 창문이 가장 경치가 좋아. 물론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해도, 뻔한 수준이지만. 나카무라바시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허름한 목조 아파트인걸. 그래도 여기서 바라보면, 작은 보도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이 밤이면 아름답고, 보도를 사이에 두고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는 데다가, 그곳에 구색만 갖춘 나무나 배치되어 있어서, 그것들이 7월의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뭐, 좋은 건 아니지만, 나쁜 것도 아니야. 거실에도 큰 창문이 있지만, 바로 앞은 옆 아파트의 현관이라서, 항상 커튼을 치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3시 반 정각. 나는 피우던 담배를 수세식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린 후 남아 있던 싸구려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사무실에 가서 마지막 월급을 받을 예정인데, 역시 밖에 나가는 게 내키지 않아 이렇게 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어.
아르바이트는는 파견직 육체노동이었는데, 주로 건설 현장이 많았어. 건축 자재의 반입과 반출. 건물 철거, 청소. 건축 회사의 하청의 하청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힘든 잡일만 잔뜩이지만, 일은 전화 한 통이면 원할 때 할 수 있고, 쉬는 것 자유. 급여는 일급이었고, 타카다노바바에 있는 사무실에서 원할 때 받을 수 있었어. 밴드 활동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딱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알바였어. 다르게 말하면, 그 외의 이유로 하는 건 추천할 수 없는 알바야.
원래 운동을 잘 하지 못했던 나지만, 육체적인 피로는 일주일 만에 적응했어. 그보다 힘들었던 건,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이려나 인간관계가 번거로웠던 건 아니야. 오히려 그것 때문에 고민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야 현장은 거의 매일 바뀌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매일 다르니까. 사무적인 대화 이외의 잠담 없이 일을 끝내는 날도 드물지 않았어. 그런 의미에서는, 나에게 이 일은 잘 맞았던 거야. 그럼, 뭐가 힘들었냐고 하면,
예를 들면, 바퀴 달린 캐리어 하나가 전 재산이라던 아저씨가 있었어. 짐이 꽤 많네 싶긴 했었지만. 나는 좀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어. 왠지 실례인것 같아서. 그 아저씨는 만화 카페에서 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TV 같은 데서 "넷카페 난민" 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잖아, 딱 그거였지. 그 아저씨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냄새가 났어.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니야. 실제로 나에게는 이야기하기 편하고, 성격 좋은 아저씨였으니까.
애초에 난 젊은 사람들과 말이 잘 안통하거든. 알바에서 만나 사람들 중 웃으면서 잡담을 나눌 수 있었던 건 대개 아저씨들이었어. 애초에 용돈 벌이나 하러 온 젊은 사람들은 금방 그만두더라. 뭐,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아저씨를 만난 건 어느 단독주택 철거 현장이었는데, 점심시간에 아저씨가 "이리 좀 와바" 라며 기쁜 얼굴로 나를 부르더라고. 나는 "뭔데요?"라며 관심 있는 척 따라갔더니, 그 철거하는 집 부엌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아저씨는 냉장고를 열면서 '좋은 게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마요네즈와 1.5L짜리 이온음료 페트병을 캐리어에 집어넣으면서 "보물이야, 너도 챙겨가"라고 하더라고.
뭐라고 해야 할까. 아마 이전 집주인이 귀찮아서 두고 간 물건이었겠지만, 난 정말이지 불쾌해지더라고. 토할 것 같았어. 히죽이는 얼굴. 깊게 패인 팔자주름. 흰머리가 섞인 덥수룩한 수염. 때가 낀 작업복. 음식물 쓰레기 같은 냄새. 담배와 기름으로 붉게 찌들어버린 벽지. 철거 현장의 매캐한 공기. 하나부터 열까지, 이 모든 게 그를 추악하게 보이게 하려고 미리 준비된 소품 같았어. 나는 그 기괴한 영화 스크린 안에 갑자기 갇혀버린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슬로우 모션 속에서, 태연하게 연기를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지 않는 엑스트라처럼 쩔쩔매고 있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경멸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내 막막한 처지. 그에게 한마디 욕설이라도 퍼붓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차라리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러지도 못한 채,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 한다며 나의 캄캄한 미래가 나를 협박하는 듯한 패배감.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되고 마는 걸까 하는 절망. 그래, 그건 절망이었어. 그 아저씨는 절망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한가지 예일 뿐이야.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던 인간들은 그 밖에도 아주 많았어. 야쿠자 출신이라고 떠벌리면서, 사람을 때린 횟수가 자신의 정체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남자. 대마초를 좋아해서 묻지도 안했는데 집에서 재배하는 법을 세세하게 설명해 대던 남자. 일급을 받을 때마다 유흥업소에 들락거리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이 대단한 농담이라도 되는 줄 알았던 남자. 정말이지 모두 역겨워.
하지만 말야, 나도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아.「한마디도 하지 않는 구부정한 자세의 음침한 남자」 라는 것도 예시로는 불쾌한 느낌을 주잖아? 결국, 그런 역겨운 나와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 이 알바의 힘들었던 점이야.
나는 지갑만 청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알바 사무실로 향했다. 나카무라바시 역에서 세이부 이케부쿠로선을 타고 이케부쿠로 역으로, 거기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 다카다노바바로. 조금 취해 있었던 덕분인지, 전철 안에서도 평소처럼 땀이 많이 나거나, 손과 머리가 떨리는 일은 없었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바닥만 응시하며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학생 같아 보이는 여자애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이쪽을 의아한 듯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건 망상이야, 자의식 과잉이야, 나랑 상관없잖아. 빌어먹을, 하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늘 있는 일이야. 신경 쓰지 마, 신경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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