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깨진 어항
[맨정신] 1장 번역 본문
네리마 구립 미술관 앞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2채널 정신건강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은, 비참하고 불쌍한 걸까.
가로수가 싫어. 지지대나 밧줄로 묶여 있는 그런 것들 말이야. 나는 시골 태생이라, 죄인이 형틀에 묶여 처형당하는 것 같아서 도쿄에서 그걸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 그런 게 도로 양옆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고, 그 한복판을 인간님들이 활보한다니 정말 진저리가 나. 구립 미술관 주변을 둘러싸고는, '이것이 도시인의 미의식이옵니다' 라며 잘난 체 하는 꼴을 하고 있으니 정말 싫어. 나는 이 동네가 싫어.
마침 딱 그런 느낌으로, 이 벤치 뒤에 서 있는 가로수가 머리 꼭대기에서 비추는 여름 햇살을 어떻게든 가려주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인중과 이마에는 땀이 맺혀다. 집을 나서기 전에 마신 싸구려 맥주 탓일지도 몰라. 나는 그걸 티셔츠 소매로 닦아내며,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 화면 속의 글자들을 읽고 있었다.
북마크에서 「진짜 자살 지망자가 이야기하는 스레드 11」을 열고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 신규 29건이라고 표시되며, 새로운 글들이 슬라이드되어 나타났다. 나는 이 스레드를 보는 게 일과야.
이 도쿄 한복판에서 악취미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너무나도 지루하고, 빌어먹을 내 일상에 있어서는, 지금 하고 있는 토크쇼 같은 것보다 훨씬 재밌는 시간 때우기니까.
스레드에서는 여전히, 한 달 전에 하치오지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범인을 찬양하는 듯한 위악적인 글이 몇 개. 자살지망자가 살인자에게 공감한다니 희한한 이야기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야. 뭐, 절반은 장난 같은 거겠지만. 그 외에는 신변 정리 보고나 자살 실행일 예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댓글들이 늘어선 가운데,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나는 맨정신으로는 살 수 없어.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거나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들은 항상 취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 나는 맨정신으로는 웃을 수 없고, 말도 잘 하지 못해. 그 때문에 술에 취한 놈들에게 멸시당하고, 바보 취급 당해서, 이젠 지쳤어. 온 세상이 취해 있는 거잖아. 나야말로 맨정신. 나야말로 정상. 그러니까 나는 맨정신인 채로 죽어 줄 거야.」
이 스레드에서는, 이런 자살 동기나 사연이 자주 올라오지만, 나는 이「나야말로 맨정신」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열이 오른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래 나도 "맨정신의 인간"인 걸지도 몰라. 저 우울해지는 낡아빠진 아파트에 있고 싶지는 않지만, 맨정신으로는 공원 산책조차 힘들다. 전철 안에서는 티셔츠가 젖을 정도로 이상한 땀을 흘리고, 편의점 계산대에서는 손과 머리가 떨리기도 한다.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도, 제대로 눈을 맞추거나 하질 못한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 누군가 나를 보는게 무서워 어떤 사람에게는 자의식 과잉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쪽은 몇 년 동안, 그걸로 고통받아 왔으니까. 무신경하게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그 녀석이야말로, 아마 취한 사람이었을 거야.
미끄럼틀에서 시끄러운 괴성을 지르며 뛰어노는 저 아이들도 취해 있는 게 분명해. 그걸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엄마들도, 그 옆을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편의점 봉투를 늘어뜨려 들고 있는 작업복 차림의 남자도, 모두 취해 있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으면 납득 할 수 없어. 왜냐면 내가 이렇게 어려워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누구나 너무나도 쉽게 해내고 있거든. 나에게는 이른바 사회인이라 하는 사람들의 삶이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아.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예전에는 분명, 더 많이 웃기도 했고, 더 멀쩡했었는데. 젊은이 다운 무모함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분명 나에게도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리워할 뿐인 옛 추억같은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니, 그 탓이라고 해야 할까. 뮤지션을 동경해서 시골에서 상경했었지.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내일이면 시골 본가로 내려가지만 말이야, 그 이야기는 이쯤 해둘게. 흔해빠진 이야기야. 하, 또 분위기만 축 처졌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숙자 한 명이 공원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 역 주변에서 자주 마주치는 얼굴인데, 아이들이 소풍갈 때나 들고 다닐 법한 수통을 메고 다닌다. 그 안에는 소주며 사케며 맥주며, 빈 병에서 모은듯한 온갖 술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고, 그걸 조금씩 홀짝거리면서 항상 어슬렁거린다. 한번은 술집 옆에서 그를 봤어. 그도 "맨정신인 인간"이라서, 마시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거겠지.
이건 내 짐작이지만, 그는 이 세상과 관계 맺는 걸 아예 관둬버린 게 아닐까.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겉치레라던가, 인간관계의 얽매임 같은 것들. 그런 사회적 규칙의 잔인함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이 공원 안에 나와 그 사람뿐일 거다.
본래 사람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만들어졌을 암묵적인 약속들이, 언젠가부터 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위험분자들을 격리하는 규율이라 해도 좋을 만큼, 교묘하고 지독한 것으로 변해버렸어. 그리고 그 규칙들이 확대 해석되어, 평일 낮부터 공원에서 술에 취해 있는 사람이나 집도 직업도 없는 지저분한 외관의 사람에게, 무시와 멸시라는 형벌을 조용히 내리지. 우리 같은 ‘맨정신인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취해 있는 자들이 무의식중에 행하는 자기 통제야.
그러니까, 그런 번거로운 것들과 결별하고 싶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평범한 사람들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그런 것들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익히겠지만, 가끔은 그걸 못하는, 그게 결정적으로 서투른 사람도 있단 말이지. 그걸 의지 부족 같은 소리로 단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이런건 태어날 때 부터 내 얼굴에 붙어 있는 점만큼이나, 결정적인 거니까 나도 그런 쪽의 사람인 거야. 저 아이들이나 엄마들 쪽이 아니란 말이지. 술에 취한 사람이 아니라, 맨정신인 쪽. 벌을 주는 쪽이 아니라, 벌을 받는 쪽. 그러니까 한 번 그의 기분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서로의 거리를 재며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 거리를 잘 재지 못해 너무 가까워지거나 너무 멀어지는 인간이, 이런 익명 게시판에서 상처를 서로 햝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져 버리는 거지. 정말 바보 같아.
이런 식으로 스레드에 글을 쓰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로 정리되지 않았다.
나는 혼자 멋대로 무력감을 느끼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야겠네. 정말 싫어하는 낡은 아파트지만, 이사 준비가 아직 진행 중이다. 내일은 본가에 돌아갈 예정이지만, 앞으로 하루나 더 그곳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나 우울하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걸아가며 휴대폰을 꺼내 다시 그 스레드를 열었다.
태양은 정수리 바로 위에서 조금 기울어져, 고개 숙인 내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T셔츠 속에서 땀이 몇 줄기 선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8월의 매미 울음소리와,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차가 달려 지나가는 소리가 뒤섞이며, 왠지 모르게 분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스레드에 글을 올렸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죽기로 했어」
'Amazarash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맨정신] 3장 번역 (0) | 2026.02.12 |
|---|---|
| [맨정신] 2장 번역 (0) | 2026.02.12 |
| 아마자라시 가사 속 짤막지식 (0) | 2026.01.19 |
| Amazarashi - 세계수속 엔딩노트(世界収束エンディングノート) Sekaishusoku Endingnote (0) | 2026.01.03 |
| amazarashi 라이브 검색기 (0) | 2025.06.10 |